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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도시 한복판에서도 자연은 조용히 살아 숨 쉰다. 아스팔트와 콘크리트로 가득한 환경 속에서도, 작은 화분 하나, 옥상 한쪽, 베란다 구석에 놓인 텃밭은 수많은 생명의 터전이 된다. 나는 아파트 15층 베란다에 2평 남짓한 작은 텃밭을 가꾼 지 1년이 되었고, 그 안에서 벌어진 놀라운 변화를 관찰해 왔다. 그동안 나는 이 공간이 단순히 채소를 키우는 장소가 아니라, 곤충·미생물·식물·사람이 서로 얽혀 살아가는 완전한 생태계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도시 속 개인 텃밭에서 피어난 작은 생태계의 비밀

텃밭을 처음 만들었을 때 나는 단순히 상추와 방울토마토, 고추 정도만 심었다. 하지만 며칠 지나지 않아 토마토꽃에 벌이 날아들고, 상춧잎 뒷면에는 진딧물이 보이기 위해 시작했다. 이 진딧물을 먹기 위해 무당벌레가 찾아왔고, 무당벌레를 노리는 작은 거미까지 나타났다. 나는 비록 화분 몇 개뿐인 공간이었지만, 이미 먹이사슬이 형성되고 있음을 발견했다. 식물이 자라면 곤충이 오고, 곤충이 오면 그 곤충을 먹는 또 다른 생물이 찾아오는 자연의 원리가 베란다 한쪽에서 재현된 것이다.

낮과 밤의 풍경도 완전히 달랐다. 낮에는 나비가 바질꽃 주변을 맴돌고, 꿀벌이 토마토 꽃가루를 모았다. 그러나 밤이 되면 전혀 다른 주인공들이 등장했다. 나는 손전등을 들고 텃밭을 비추었는데, 상춧잎 위에 나방이 조용히 앉아 있었고, 흙 위로 민달팽이가 기어다니고 있었다. 심지어 평소에는 보이지 않던 지렁이들이 흙 밖으로 나와 습기를 즐기고 있었다. 낮과 밤, 계절과 날씨에 따라 이 작은 생태계는 끊임없이 모습을 바꿨다.

장마철에는 습도가 높아져 곤충의 수가 늘어났고, 거미가 잦은 비 사이에 거미줄을 새로 치느라 분주했다. 반대로 가을이 되면 나비와 벌은 줄어들고, 대신 거미나 사마귀 같은 포식성 곤충이 많아졌다. 겨울에는 식물의 성장이 멈추고 곤충의 활동도 줄었지만, 흙 속에서는 여전히 미생물과 지렁이가 유기물을 분해하며 생태계를 유지했다. 나는 이 과정을 지켜보며, 면적이 작더라도 계절의 흐름에 따라 생태계가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사실을 배웠다.

더 흥미로운 순간도 있었다. 어느 날 아침, 토마토 줄기 사이에서 작은 고치를 발견했다. 몇 주 후 고치가 비어 있는 것을 보고, 그 안에서 무슨 일이 있었을까 상상했다. 어쩌면 그 속에서 나비나 나방이 날개를 펴고 세상으로 나갔을 것이다. 이런 작은 사건 하나가 나에게 하루 종일 기분 좋은 여운을 주었다.

도시 속 개인 텃밭은 환경적 가치도 크다. 좁은 공간이라도 식물이 자라면 미세먼지를 줄이고, 여름철에는 주변 온도를 낮춰준다. 또, 벌과 나비 같은 수분 매개 곤충들이 도시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귀중한 쉼터가 된다. 나는 바질꽃 위에서 꿀을 빠는 꿀벌을 보며, 이 작은 공간이 도심 속 생물다양성을 지키는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실감했다. 실제로 일부 연구에 따르면, 도시의 옥상이나 베란다 텃밭은 곤충 개체수 회복에 기여하며, 도심 기후 완화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고 한다.

교육적 가치도 빼놓을 수 없다. 아이와 함께 텃밭을 돌보면 생명의 순환을 자연스럽게 배울 수 있다. 씨앗이 발아하는 모습, 해충이 생기면 포식자가 등장하는 과정, 식물이 시들어도 흙 속에서 다른 생명들이 활동하는 모습은 교과서보다 훨씬 생생한 교육이 된다. 나는 지인의 아이가 내 텃밭을 방문했을 때, 무당벌레를 손에 올려주자 그 아이가 무척 신기해하며 “이 친구가 상추를 지켜주는 거구나”라고 말했던 순간을 잊지 못한다.

미래를 생각하면, 도시 속 개인 텃밭은 단순한 취미를 넘어 하나의 생태 네트워크가 될 수 있다. 만약 건물 옥상과 베란다마다 작은 텃밭이 있다면, 그 사이를 벌과 나비가 자유롭게 오가며 꽃가루를 옮길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도시 전체가 하나의 거대한 ‘녹색 생태 통로’로 변할 것이다. 이는 단순히 도시 미관을 아름답게 만드는 것을 넘어, 기후변화와 생물다양성 위기를 동시에 완화하는 방법이 될 수 있다.

개인적으로 텃밭은 나에게도 깊은 의미를 준다. 매일 아침 물을 주면서 잎의 상태를 살피다 보면 작은 해충이나 알을 발견할 때가 있다. 그 순간 나는 해충만 본 것이 아니라, 생명의 순환을 목격한 것이다. 진딧물이 생기면 무당벌레가 나타나고, 무당벌레가 떠나면 다른 곤충이 그 자리를 채운다. 이런 과정을 보면서 나는 ‘자연은 비워진 자리를 그냥 두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결국 도시 속 개인 텃밭은 채소를 수확하는 장소가 아니라, 사람과 자연이 함께 숨 쉬는 작은 우주다. 아파트 베란다 한쪽에서조차 자연을 느끼고 관찰할 수 있다는 사실은 도시인의 삶에 깊은 울림을 준다. 내가 1년 동안 텃밭을 가꾸며 배운 것은, 자연은 거창한 숲이나 강에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손끝에서 시작된다는 것이다. 이 작은 생태계를 지켜나가는 일이야말로, 빠르게 변화하는 도시 속에서 자연을 잃지 않는 가장 쉬운 방법일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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