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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을 찾은 외국인들이 강렬하게 기억하는 것 중 하나는 예술과 공연이다. 많은 사람이 한국을 ‘IT 강국’이나 ‘매운 음식의 나라’로 떠올리지만, 조금 더 깊이 들어가면 한국은 예술이 일상에 살아 숨 쉬는 나라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외국인의 눈에 비친 한국의 예술은 단순히 전통을 보존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시대의 흐름을 반영해 끊임없이 새로움을 만들어내며 전 세계와 소통하는 특별한 문화적 힘을 보여준다.
호주에서 온 에밀리는 서울에 도착한 첫 주말에 국립극장에서 열린 국악 공연을 관람했다. 한국어를 전혀 이해하지 못했음에도 판소리 가락과 북소리에 깊이 빠져들었다. 그는 “언어는 알 수 없었지만, 목소리에 담긴 감정과 장단이 전해지는 울림은 설명할 수 없을 만큼 강렬했다”고 말했다. 비슷한 경험을 한 독일인 한스는 사물놀이 공연을 본 뒤 “여러 악기의 소리가 하나로 어우러지는 모습은 한국 사회의 공동체 정신을 그대로 담고 있었다”고 표현했다. 그들의 말처럼 외국인들에게 전통 공연은 낯설지만 동시에 언어를 넘어 감정을 전하는 무대다.
이와 달리 미국에서 온 크리스가 한국을 찾은 이유는 분명했다. 그는 이미 뉴욕에서 K-팝 공연을 본 적이 있었지만, 한국에서 직접 경험해보고 싶었다. 고척돔에서 열린 대형 콘서트에 참석한 그는 수만 명의 팬들과 함께 한국어 가사를 따라 부르며 공연장을 가득 채운 에너지를 온몸으로 느꼈다. 크리스는 “이건 단순한 공연이 아니라 축제였다. 전 세계에서 모인 사람들이 같은 언어로 노래하며 하나가 되는 경험은 한국이 아니면 할 수 없는 일이었다”고 말했다. 일본에서 온 아야코 역시 팬 사인회에 참여해 아티스트와 직접 대화하는 경험을 하고 나서 “이런 가까운 소통은 다른 나라에서는 상상하기 힘든 문화”라고 강조했다. 외국인의 눈에는 K-팝은 음악을 넘어 한국 사회의 독창적인 소통 방식이자 세계로 확장된 문화 현상으로 비친다.
예술은 음악에서만 멈추지 않는다. 브라질 출신 루카스는 드라마 OST를 통해 공연 문화에 발을 들였다. 그는 드라마 ‘도깨비’를 보다가 OST 가수의 콘서트를 찾게 되었고, 결국 한국까지 오게 되었다. “드라마 속에서 들었던 음악을 실제로 공연장에서 들으니 눈앞에 다시 펼쳐지는 듯했다”는 그의 말은 드라마와 공연이 어떻게 연결되어 외국인의 문화 경험을 확장하는지 잘 보여준다. 한국 드라마는 영상 콘텐츠로 시작해 공연, 음악, 여행으로 이어지는 입체적인 문화 체험을 만들어내고 있다.
프랑스 출신 소피는 서울 시립미술관에서 열린 현대미술품 전시를 찾았다. 그는 작품 속에 전통 소재인 한지와 옻칠이 현대적 감각으로 재탄생한 장면을 보고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과거와 현재가 충돌하는 것이 아니라 조화롭게 어울린다는 점이 독창적이었다. 한국 작가들은 전통을 존중하면서도 세계가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표현한다”고 평했다. 실제로 한국의 현대미술은 전통의 흔적을 지우지 않으면서도 새로운 창작을 시도해 외국인들에게 ‘한국적이면서도 세계적인’ 인상을 남긴다. 뉴욕과 파리에서 열린 한국 작가들의 전시는 이런 특징 덕분에 성공적으로 자리 잡았으며, 외국인들에게는 신선한 충격을 안겨주었다.
관람에 그치지 않고 참여할 수 있다는 점 역시 한국 예술이 가진 매력이다. 캐나다 출신 제니퍼는 인사동에서 도자기 체험 클래스를 경험했는데, “손으로 흙을 빚는 과정에서 한국 예술의 정성과 섬세함을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요즘 외국인 사이에서는 K-팝 댄스 클래스를 듣거나 탈춤 워크숍에 참여하는 프로그램도 인기가 많다. 공연을 단순히 보는 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직접 몸으로 체험하고 그 과정을 영상으로 기록해 공유할 수 있다는 점은 외국인들에게 한국 예술을 더욱 가깝게 느끼게 만든다.
흥미로운 점은 외국인들이 한국에서 경험하는 예술이 종종 자신들의 문화적 경험을 완성하는 순간이 된다는 것이다. 이미 해외에서 K-팝이나 한국 드라마를 접하던 이들이 한국에 직접 와서 공연장과 미술관을 찾고, 체험 행사에 참여하면서 자신만의 이야기를 만들어간다. 런던 웨스트엔드에서 한국 뮤지컬을 본 영국인들이 다시 한국을 찾고, 뉴욕에서 한국 현대미술을 접한 프랑스인들이 한국 미술관을 방문하는 식이다. 한국의 예술은 국경을 넘어 이미 세계와 연결되어 있으며, 외국인들에게 한국을 직접 찾게 만드는 힘을 발휘한다.
외국인들은 한국의 예술과 공연을 경험하면서 몇 가지 공통된 인상을 받는다. 첫째, 언어를 초월해 감정을 전하는 힘이 있다는 점이다. 국악과 판소리는 낯설지만, 감정의 깊이를 통해 관객의 마음을 움직인다. 둘째, 세계적인 확장성을 지녔다는 점이다. K-팝은 이미 지구촌 곳곳에서 통하는 공용어가 되었다. 셋째, 전통과 현대가 조화를 이루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의 현대미술은 한지, 옻칠 같은 전통적 요소를 기반으로 하면서도 세계적인 감각을 갖춘 작품을 만들어낸다. 마지막으로, 단순히 보는 것이 아니라 참여하고 소통할 수 있다는 점이다. 외국인들은 공연장에서, 워크숍에서, 심지어 거리 공연에서 한국 문화와 직접 교감한다.
결국 외국인의 눈에 비친 한국의 예술과 공연 문화는 단순한 오락이 아니라 한국을 이해하고 기억하게 만드는 창이다. 전통 공연의 울림, K-팝의 에너지, 현대미술의 창의성은 모두 한국이 가진 독특한 정체성을 보여준다. 외국인들은 한국에서 예술을 경험하며 “이 나라는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고, 세계와 끊임없이 대화하는 무대”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그들에게 한국의 예술은 시간과 공간을 넘나드는 여정이며, 한국을 다시 찾고 싶게 만드는 가장 강렬한 문화적 체험으로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