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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을 처음 방문한 외국인들이 놀라는 것 중 하나는 냉장고 속에 있는 다양한 발효 식품이다. 김치, 된장, 청국장, 막장 등은 단순한 음식이 아니라, 한국인의 생활 속 깊이 뿌리내린 문화의 일부다. 나는 외국인 친구들에게 이런 발효 식품을 소개하면서, 그 속에서 활동하는 눈에 보이지 않는 미생물 이야기를 해주면 항상 흥미로운 반응을 얻는다. 그들에게는 발효 식품이 낯설기도 하지만, 과학적으로 보면 그 속에서 벌어지는 미시적인 생태계는 놀라움 그 자체다.

외국인의 눈에 비친 한국 전통 발효 식품과 그 속의 미세한 세계




내 독일인 친구 마크는 김치를 처음 먹었을 때 강한 향과 톡 쏘는 맛에 놀랐다. 그는 첫 한입을 먹고 잠시 눈을 크게 뜬 뒤, “입안이 갑자기 살아나는 것 같다”고 표현했다. 내가 김칫소 유산균이 장 건강을 돕고, 발효 과정에서 맛이 점점 깊어지는 원리를 설명하자 그는 흥미롭게 귀를 기울였다. 그는 “독일에도 사우어크라우트가 있지만, 김치는 더 복잡한 향과 맛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김치 발효에는 Leuconostoc mesenteroides, Lactobacillus plant arum 같은 다양한 유산균이 참여해, 시기별로 맛의 균형을 바꾼다. 발효 초기에는 새콤하고 가벼운 산미가 강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감칠맛과 깊은 풍미가 생긴다.

미국에서 온 앤 나는 된장을 처음 봤을 때 색깔과 냄새 때문에 망설였다. 그러나 내가 된장의 주재료인 콩이 발효되면서 단백질이 아미노산으로 분해되고, 그 결과 깊고 감칠맛 나는 된장찌개가 완성된다고 설명하자 시도해 보기로 했다. 그녀는 한 숟가락 맛을 보고 “이건 마치 음식이 오랫동안 숙성되면서 지닌 이야기를 먹는 느낌”이라고 표현했다. 된장의 발효에는 Aspergillus oryzae와 같은 곰팡이와 다양한 효모가 관여해, 풍미와 영양을 동시에 만든다. 발효 중 생성되는 글루탐산은 우리가 ‘감칠맛’이라고 느끼는 주요 성분이다.

프랑스에서 온 피에르는 청국장의 발효 속도를 보고 놀랐다. 단 하루 만에 완성되는 이 발효식품은 다른 나라에서는 보기 드물다. 그는 청국장에서 나는 강한 냄새를 ‘치즈 같은 숙성 향’이라고 표현했다. 사실 청국장의 냄새는 Bacillus subtilis 가 단백질을 분해하면서 생기는 부산물에서 비롯된다. 그는 발효 속도가 이렇게 빠른 이유가 전통적인 온돌방의 온도와 습도 덕분이라는 사실을 알고 감탄했다.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나는 외국인 친구들과 함께 ‘발효 실험’을 해보기로 했다. 김치와 된장, 청국장을 각자 소량씩 담가 보고, 매일 발효 상태를 관찰하는 것이다. 첫날에는 재료만 보이던 항아리 속이, 사흘째 되자 김치에서는 기포가 올라오고, 청국장에서는 끈적한 점액이 생기기 위해 시작했다. 앤 나는 청국장의 표면을 보고 “이건 살아 있는 생물 같다”고 말했고, 마크는 김치에서 나는 향이 점점 부드러워지는 것을 놀라워했다. 피에르는 된장 표면에 하얀 곰팡이가 피자 “이 곰팡이가 맛을 만드는 거구나”라며 사진을 찍었다.

외국인들의 반응을 보면 발효 식품은 단순히 맛의 경험을 넘어 ‘살아 있는 문화’라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발효는 단순히 재료를 저장하는 방법이 아니라, 수천 년 동안 사람과 미생물이 협력해 온 생활 방식이다. 김칫소 유산균, 된장의 곰팡이, 청국장의 고초균은 모두 사람과 함께 진화한 미생물이며, 세대를 거쳐 이어진 발효 환경 덕분에 지금의 맛을 유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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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적인 측면에서도 발효는 의미가 깊다. 냉장 기술이 발달하기 전, 발효는 음식을 오래 보관하기 위한 필수 기술이었다. 그런데 이 과정이 단순 저장을 넘어 역량을 강화하고, 소화 흡수를 돕는 부가 효과까지 가져왔다. 현대에 와서는 ‘프로바이오틱스’나 ‘장 건강’ 같은 과학 용어로 재해석되지만, 사실 그 원리는 수백 년 전부터 우리 조상들이 이미 생활 속에서 실천해 온 것이다.

나는 발효 식품을 소개할 때 늘 “이건 살아 있는 음식”이라고 말한다. 발효가 진행되는 동안 음식 속에서는 미생물들이 끊임없이 먹고, 자라고, 맛을 바꾸며, 영양을 재구성한다. 외국인 친구들은 이 설명을 들으며, 발효 식품을 ‘과학과 문화가 만난 음식’이라고 이해하게 된다.

결국, 한국 전통 발효 식품은 과거와 현재, 눈에 보이는 세계와 보이지 않는 세계를 잇는 다리다. 외국인의 시선 속에서 이 음식들은 단순한 전통이 아니라, 작은 미생물들이 빚어낸 거대한 문화유산이다. 도시의 레스토랑에서도, 시골의 장독대에서도 발효의 이야기는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그리고 이 이야기는, 발효를 맛본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오래도록 살아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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