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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을 처음 방문한 외국인들이 놀라는 장소 중 하나는 전통시장이다. 번쩍이는 대형마트와 달리, 전통시장은 오래된 가게와 좁은 골목, 사람들의 활기찬 목소리로 가득 차 있다. 시장 입구에 들어서면 갓 튀겨낸 기름 냄새, 신선한 채소의 흙 내음, 바닷바람을 머금은 해산물 향이 한꺼번에 몰려온다. 나는 외국인 친구들과 전통시장에 갈 때마다 새로운 ‘발견’의 순간을 목격한다. 그들은 한 번도 본 적 없는 식재료 앞에서 눈을 크게 뜨고, 상인들에게 이것이 무엇인지, 어떻게 먹는지 끊임없이 묻는다. 특히 대형 유통망에 잘 나오지 않는 희귀 식재료는 그들에게 ‘문화적 보물’처럼 보인다.

외국인의 눈으로 본 한국 전통시장의 희귀 식재료와 요리 이야기

내 프랑스인 친구 루이즈는 부산 자갈치시장에서 말린 홍합을 처음 봤다. 그녀는 “프랑스에서는 홍합을 항상 생물로만 먹는데, 이렇게 말려서 향을 농축시키는 방법은 처음 본다”며 연신 사진을 찍었다. 나는 이 말린 홍합을 넣어 끓이는 국물이 얼마나 깊고 구수한지 설명했고, 그녀는 그 자리에서 봉지를 한가득 샀다. 집으로 돌아온 후 우리는 말린 홍합과 무, 파, 마늘을 넣고 시원한 탕을 끓였다. 홍합의 짭짤한 풍미와 무에서 우러난 달큰한 맛이 어우러지자, 루이즈는 한 숟가락 먹고 “이건 바다와 육지가 함께 들어있는 맛”이라고 감탄했다.

미국에서 온 제이슨은 서울의 통인시장에서 ‘돌나물’을 발견했다. 그는 잎이 작고 싱그러운 녹색 채소를 보고 ‘어린 시금치’라고 생각했지만, 내가 돌나물이 봄철 해독 작용이 뛰어나고, 된장과 고추장을 풀어 새콤하게 무쳐 먹는다고 설명하자 깜짝 놀랐다. 우리는 시장에서 사 온 돌나물에 식초와 고추장, 참기름을 넣어 간단히 무쳤다. 제이슨은 “미국 샐러드에는 없는 강한 개성과 향이 있다”며 접시를 비웠다. 그는 나중에 미국으로 돌아가서도 돌나물 사진을 친구들에게 보여주며 “한국에서는 풀 한 줌이 이렇게 특별해진다”고 말했다.

또 다른 친구 안드레아는 강릉 중앙시장에서 ‘도루묵알’을 처음 봤다. 투명하고 작은 알들이 바구니 가득 담겨 있는 모습이 신기했던 그는 “이건 꼭 작은 보석 같아 보인다”고 말했다. 나는 도루묵알을 찜기에서 쪄서 간장 양념을 곁들이면 입안에서 톡톡 터지는 재미와 담백한 맛을 동시에 즐길 수 있다고 알려주었다. 안드레아는 시식 후 “유럽에서는 이런 식감은 오직 디저트 젤리에서만 느꼈는데, 한국에서는 바다에서 온 음식이 이런 즐거움을 준다니 놀랍다”고 했다.

호주에서 온 엠마는 전주 남부시장에서 ‘머위’를 처음 봤다. 초록색 큰 잎이 겹겹이 쌓여 있는 모습에 호기심을 보인 그녀는, 이것이 봄철 대표 나물 중 하나이며, 데쳐서 된장 양념에 무치면 향긋한 맛을 즐길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구입했다. 집에서 머위를 삶을 때 퍼지는 구수한 향을 맡은 엠마는 “이건 풀 냄새라기보다, 땅과 바람이 함께 들어있는 향 같다”고 표현했다.

외국인들과 함께 전통시장을 다니면, 단순히 식재료를 사는 것이 아니라 ‘계절을 사는 경험’을 하게 된다. 한국의 전통시장은 계절마다 전혀 다른 모습으로 변한다. 봄에는 달래·냉이·돌나물 같은 산나물이, 여름에는 참외·옥수수·민어가, 가을에는 대하·전어·밤이, 겨울에는 굴·곶감·동태가 등장한다. 외국인들에게 이 변화는 하나의 ‘살아 있는 달력’과 같다.

희귀 식재료를 활용한 요리 과정도 그들에게는 흥미로운 문화 수업이 된다. 예를 들어 말린 홍합탕은 먼저 홍합을 물에 불린 뒤, 무와 함께 끓여 시원한 국물을 내고, 마지막에 파와 마늘을 넣어 향을 완성한다. 돌나물무침은 씻은 돌나물에 고추장, 식초, 설탕, 참기름을 넣어 손으로 살살 버무리면 끝이다. 도루묵 알찜은 쪄낸 알에 간장, 다진 마늘, 파, 참기름을 넣어 간단히 비비면 입안에서 알이 터지며 고소한 맛이 퍼진다. 이런 과정 하나하나가 외국인들에게는 요리 레시피를 넘어, 한국의 삶의 방식과 연결된다.

외국인들의 반응을 보면, 전통시장 희귀 식재료는 단순히 요리 재료가 아니라 한국의 역사, 기후, 생활 지혜가 응축된 산물임을 알 수 있다. 시장에 나오는 말린 해산물, 봄나물, 계절 한정 해산물 등은 그 시기와 환경을 고스란히 반영한다. 특히 말리고, 절이고, 숙성시키는 전통 조리법은 ‘오래 두고 먹기 위한 저장 기술’이면서, 동시에 맛을 극대화하는 방법이기도 하다.

나는 외국인 친구들에게 항상 말한다. “전통시장은 단순히 물건을 파는 곳이 아니라, 살아 있는 박물관이자 부엌이다.” 그곳에는 세대를 이어온 손맛, 계절의 흐름, 그리고 식탁 위로 이어지는 이야기들이 있다. 외국인들이 이 경험을 자신의 나라로 돌아가 전할 때, 한국 전통시장은 그들의 기억 속에서 문화적 보물로 자리 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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