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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서 무렵, 한국의 식당들은 삼계탕과 장어구이를 찾는 사람들로 붐빈다. 더위가 한풀 꺾이고 선선한 기운이 느껴지기 위해 시작하는 이 시점에서, 한국인들은 전통적으로 ‘몸을 보한다’는 개념 아래 보양식을 즐긴다. 외국인들에게는 이러한 문화가 매우 낯설고도 신기하게 다가온다.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여름과 가을의 경계에 특정한 음식으로 건강을 챙기는 식문화가 드물기 때문이다. 반면 한국에서는 절기에 따라 먹는 음식이 정해져 있고, 계절이 바뀔 때마다 식단에도 변화가 생긴다. 이런 점이 외국인들 눈에는 단순한 미식이 아니라 ‘자연의 흐름에 순응하는 방식’처럼 느껴진다. 특히 처서쯤 삼계탕을 먹는 사람들을 보며 “이 시기에 닭고기를 뜨겁게 끓여 먹는 이유는 뭘까?”라는 질문을 던지곤 한다. 답은 단순하다. 더운 여름을 견디느라 약해진 기력을 되살리고, 다가올 환절기에 대비하기 위한 것이다. 몸을 먼저 생각하는 이 문화는 외국인의 일상 감각과는 사뭇 다르다.

외국인이 놀란 한국의 ‘보양 음식’ 문화 – 삼계탕, 장어, 미역국까지?


삼계탕은 외국인에게 가장 상징적인 보양 음식으로 다가온다. 통닭 안에 찹쌀과 대추, 인삼, 마늘 등을 넣고 푹 끓인 이 음식은 한눈에 봐도 정성이 느껴지는 요리다. 외국인들이 처음 삼계탕을 접했을 때 가장 놀라는 건, 이것이 단순한 음식이 아니라 하나의 치료식처럼 여겨진다는 점이다.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닭고기를 이렇게 약재와 함께 먹는 경우가 흔치 않기 때문에, 삼계탕을 ‘메디컬 푸드’로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다. 심지어 외국인 관광객 중 일부는 삼계탕에 들어간 인삼이 어떤 효능이 있는지 물어보며, 이를 진지하게 건강관리 방식으로 받아들이기도 한다. 외국의 패스트푸드 문화와 비교하면 한국의 보양식은 매우 느리고, 정제되어 있으며, 자연에 순응하는 태도가 담겨 있다. 특히 처서 무렵, 마지막 더위가 기승을 부릴 때 삼계탕 한 그릇을 땀을 뻘뻘 흘리며 먹는 한국인의 모습은 외국인에게 아주 인상 깊게 각인된다. "더워서 찬 걸 먹는 게 아니라, 땀을 내서 기운을 회복한다는 개념 자체가 새롭다"는 반응이 많다.

장어구이 역시 외국인에게 큰 문화적 충격을 안겨준다. 많은 서양권 사람은 장어 자체를 생소하게 여기며, 그것을 구워 먹고 몸보신에 좋다고 믿는 문화는 더욱 낯설게 다가온다. 특히 한국에서는 처서 전후로 체력을 보충하기 위해 장어를 찾는 사람들이 늘어나는데, 외국인들은 장어의 기름지고 부드러운 식감을 맛보며 “이게 건강식이라고?”라며 놀라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한국인들은 장어의 단백질, 불포화지방산, 기력 회복에 좋다는 믿음을 오랫동안 이어왔다. 장어를 굽는 향, 고추장 양념이 발린 붉은 색감, 숯불 위에서 타오르는 불길 속에서 익어가는 장어의 모습은 외국인에게는 미지의 풍경으로 남는다. 어떤 외국인은 처음에는 거부감을 느끼다가도, 한입 먹어본 뒤에는 “생각보다 부드럽고 맛있다”고 평가하며 이 문화에 적응해 간다. 장어구이는 단순한 음식이 아니라, 한국인의 계절 감각과 기력 회복에 대한 철학이 담긴 대표적인 처서 보양식이자 여름의 마무리를 의미하는 음식이다. 미역국 또한 외국인이 당황하는 음식 중 하나다. 대부분의 외국인은 미역이라는 재료 자체에 익숙하지 않기 때문에, 미역국을 처음 접하면 해조류 특유의 향과 질감에 놀라기도 한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미역국이 생일이나 산후조리만 아니라, 절기마다 건강을 위한 음식으로 널리 활용된다. 외국인들은 한국의 보양 음식이 단순히 '먹는 것'을 넘어 의례적인 성격을 지니고 있다는 점에도 흥미를 느낀다. 예를 들어 복날에 삼계탕을 먹는 것처럼, 어떤 특정한 날에 특정한 음식을 먹는 문화는 외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 아니다. 처서쯤에도 사람들은 장을 보며 “오늘은 몸보신 좀 해야겠다”는 말을 자연스럽게 꺼낸다. 이는 음식이 계절 변화에 따라 기능을 바꾼다는 인식을 반영하며, 외국인에게는 마치 음식이 ‘계절을 기억하는 방법’처럼 보인다. 특히 젊은 세대보다 중장년층에서 보양식에 대한 인식이 더 강하다는 점도 눈에 띄며, 이는 외국인에게 한국 사회가 어떻게 나이와 경험에 따라 식문화가 달라지는지를 보여주는 좋은 사례가 된다. 더불어 보양식을 함께 먹는 방식도 외국인에게는 흥미로운 경험이 된다. 한국에서는 삼계탕이나 장어구이를 혼자보다는 가족이나 친구, 동료와 함께 먹는 일이 많다. 외국에서는 보통 건강을 챙기는 식사는 개인의 선택에 가깝지만, 한국에서는 서로서로 챙기며 음식을 통해 마음을 전하는 문화가 자리 잡고 있다. 이러한 정서적 접근은 외국인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다. 음식이 건강뿐만 아니라 관계를 지탱하는 매개체로 기능한다는 점에서, 한국의 보양 음식 문화는 단순한 영양소를 넘는 사회적 의미를 가진다.

이처럼 계절에 따라 음식을 달리 먹는 한국인의 생활 방식은 외국인의 시선에서 보면 마치 자연과 교감하는 삶의 태도처럼 비친다. 외국에서는 날씨가 바뀐다고 해서 식탁의 구성까지 바꾸는 일이 드물고, 계절에 따라 음식을 조절하는 개념 자체가 생소한 경우가 많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처서처럼 뚜렷한 절기를 기준으로 식단이 달라지고, 특정 음식이 그 시기에 집중적으로 소비된다. 이는 단순한 전통 유지가 아니라, 오랜 세월 동안 몸의 반응과 자연의 흐름을 함께 고려한 생활 지혜의 결과라 할 수 있다. 외국인 입장에서는 이 모든 것이 새로운 문화 체험이며, 어떤 이들은 “한국에 와서 처음으로 계절을 의식하며 음식을 먹게 되었다”고 말한다. 보양 음식이 단지 건강을 위한 기능을 넘어서, 절기와 인간의 리듬을 연결하는 매개로 작용한다는 점은 한국 식문화가 가진 고유성과 깊이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처서라는 절기를 통해 외국인은 한국 사회가 얼마나 자연의 주기와 조화롭게 살아가는지를 간접적으로 체험하게 되며, 이는 단지 음식 그 이상의 문화적 감동으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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