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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들이 한국의 음식 문화에서 당황하는 장면 중 하나는, 바로 누군가가 국물에 갑자기 식초와 겨자를 넣는 순간이다. 특히 냉면집에서 이 장면은 자주 목격된다. 처음 냉면을 먹어보는 외국인들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식초와 겨자를 넣는 한국인의 행동을 보고 당황하거나 질문을 던진다. “이거 원래 이렇게 먹는 건가요?” 혹은 “그냥 국물 맛을 보지도 않고 넣는 이유가 뭐예요?” 대부분의 한국인은 이 질문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지 못한다. 그저 그렇게 먹어왔기 때문이고, 어릴 때부터 식초와 겨자를 넣는 것이 ‘정석’처럼 여겨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외국인의 시선에서 보면 이건 결코 당연한 문화가 아니다. 음식에 손대기 전, 맛을 보기도 전에 식초부터 넣는 행위는 이질적으로 느껴질 수밖에 없다.

외국인이 처음 본 냉면 식초·겨자 문화… “왜 국물에 식초를 넣죠?”


냉면은 차갑고 맑은 국물에 담긴 메밀면이나 전분 면을 사용하는 한국의 전통 음식이다. 본래는 심심하고 담백한 맛이 특징인데, 여기에 식초와 겨자를 더해 새콤하고 알싸한 맛으로 즐기는 것이 한국식 먹는 법이다. 그런데 외국인에게는 이런 풍미 조절 방식이 생소하다. 서양권에서 식초는 대개 샐러드드레싱이나 피클 제조에 사용되며, 겨자는 햄버거나 핫도그에 곁들여 먹는 소스라는 이미지가 강하다. 국물 요리에 식초를 넣는 것은 매우 드물며, 특히 미지근하거나 차가운 국물에 겨자를 넣는 행위는 더욱 낯설다. 외국인 중 어떤 사람은 처음에 “이건 국물을 망치는 행위 아닌가?”라고까지 말한 적도 있다. 그만큼 일반적인 식문화에서는 잘 보기 어려운 장면이기 때문이다.

이런 문화 차이는 단순한 식습관의 차이가 아니라, ‘음식을 대하는 방식’ 자체가 다르기 때문에 발생한다. 한국인은 개인의 입맛에 따라 간을 조절하는 데 익숙하며, 특히 냉면처럼 개별적으로 조미가 가능한 음식은 손님이 입맛대로 맛을 조절하는 것이 예의처럼 여겨진다. 반면 외국에서는 주방장이 완성한 맛을 손대지 않는 것이 존중의 표현이다. 이 때문에 어떤 외국인은 “요리를 만든 사람에 대한 예의가 없어 보였다”고 표현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는 오해에서 비롯된 반응이다. 한국에서 식초와 겨자는 단순한 첨가물이 아니라, ‘맛의 마무리’를 위한 필수 요소처럼 여겨지는 조미료이기 때문이다. 그 자체가 요리의 한 과정이며, 셰프가 의도한 틀을 벗어나는 것이 아니라 완성하는 도구로 인식된다. 냉면의 식초·겨자 문화는 한국인에게는 ‘입맛 조절의 자유’이며 동시에 ‘먹는 재미’의 일부다. 어떤 사람은 식초를 많이 넣어 시큼하게, 어떤 사람은 겨자만 넣어 톡 쏘게 먹는다. 그 조합은 천차만별이며, 누구의 방식이 맞고 틀린 것은 없다. 외국인 입장에서 처음에는 이 자유로운 조합이 무질서하게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많은 외국인이 이 조합에 익숙해지고, 나름의 비율을 찾게 된다. “처음엔 국물을 왜 저렇게 바꾸는지 이해가 안 됐는데, 이젠 제가 먼저 식초를 찾게 되네요.”라는 이야기를 하기도 한다. 결국 이 문화는 강요가 아닌 ‘선택의 자유’를 기반으로 하고 있으며, 이는 한국 음식문화 전반에 흐르는 특징이기도 하다.

냉면이라는 음식 자체가 상징하는 의미도 외국인에게는 특별하다. 무더운 여름날, 한국인들은 뜨거운 국물 대신 시원한 육수와 쫄깃한 면발로 더위를 식히고 기력을 보충한다. 그런데 이 음식을 단지 차갑게 먹는 데 그치지 않고, 새콤하고 매콤하게 조미해 먹는 점은, 한국인의 입맛이 얼마나 복합적인 자극을 즐기는지를 보여준다. 외국인은 처음에 이 점에서 놀라고, 그다음엔 냉면이 ‘해장 음식’이라는 점에서 한 번 더 놀란다. 차가운 국물로 속을 풀다니, 서양에서는 거의 상상할 수 없는 조합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역시 문화적 배경과 기후, 음식 철학의 차이에서 비롯된 것이며, 시간이 지나면 외국인도 “이해는 안 되지만 중독성 있다”고 말하게 된다.

결국 외국인이 냉면 앞에서 식초와 겨자를 넣는 장면에 당황하는 이유는, 익숙한 맛의 흐름과 식문화 관념이 깨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문화 충격이 꼭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오히려 처음에는 이해할 수 없었던 행위가, 반복되는 경험 속에서 익숙해지고, 나중에는 그 차이를 통해 한국 문화에 대한 더 깊은 이해로 이어지게 된다. 문화란 결국 ‘낯섦’을 넘어 ‘이해’로 가는 과정이며, 식초 한 스푼과 겨자 한 점에서 시작된 그 과정은, 외국인에게 특별한 문화 여행의 시작이 될 수 있다.

더욱 흥미로운 점은, 이러한 냉면의 식초·겨자 문화가 지역마다 조금씩 다르게 전해진다는 것이다. 서울에서는 비교적 간단하게 식초와 겨자만 넣는 경우가 많지만, 평양냉면이나 진주냉면 등 지역 냉면에서는 그 조합이 더 복잡하거나, 심지어는 아예 식초와 겨자를 넣지 않는 것이 ‘정통’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이처럼 한 가지 음식에도 다양한 해석과 방식이 공존하는 점은, 한국 음식문화의 다양성과 포용성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예다. 외국인이 처음엔 낯설어하다가도, 점차 자신만의 스타일로 냉면을 즐기게 되는 과정은, 단순한 음식 적응을 넘어서 한국 사회의 유연한 문화적 관용성을 체험하는 계기가 된다. 그리고 그 경험은 ‘이질감’이 아닌 ‘이해’로 전환되는 문화의 순간으로 자리 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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