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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한 지하철역. 출근 시간대가 되자 사람들의 발걸음은 눈에 띄게 빨라지기 위해 시작한다. 에스컬레이터를 기다리지 않고 계단을 뛰어오르는 모습, 엘리베이터 앞에서 버튼을 반복적으로 누르는 장면, 횡단보도 초록 불이 깜빡이자마자 달리듯 뛰는 사람들. 이 풍경은 한국인에게는 너무나 익숙한 일상이지만, 외국인의 눈에는 전혀 다르게 다가온다. “도대체 어디까지 그렇게 바쁜 거죠?” 어떤 외국인은 실제로 이렇게 묻기도 한다. 한국에서 며칠 머물러본 외국인이라면 한 번쯤은 “사람들이 왜 이렇게 빨리 걷지?”라는 의문을 품는다. 그 빠른 속도는 단순한 성격 차이를 넘어, 한국 사회의 리듬과 생활 방식, 그리고 그 이면의 집단 심리까지 반영하는 하나의 문화 현상이다.
실제로 유럽이나 남미 국가를 여행해 본 사람이라면, 현지인들이 천천히 걷고 대화를 길게 나누는 모습을 자주 보았을 것이다. 특히 이탈리아, 스페인, 브라질 등지에서는 걷는 속도보다 ‘느긋한 분위기’가 일상에 더 깊이 녹아 있다. 반면 한국은 분 단위로 일정을 움직이는 사회다. 직장인들은 회의 시간에 늦지 않기 위해, 학생들은 등굣길 출결에 영향을 받지 않기 위해, 택배 기사나 배달 노동자들은 정해진 시간 안에 모든 업무를 마치기 위해 바쁘게 움직인다. 그리고 이러한 구조적 리듬은 자연스럽게 걷는 속도에도 영향을 미친다. 외국인은 이를 보고 단순히 “빠르다”고 말하지만, 사실 그 속도에는 수많은 책임, 목표, 그리고 경쟁이 얽혀 있는 셈이다.
처음 한국에 도착한 외국인 유학생 앨리스는, 강남역 근처에서 점심시간 풍경을 보고 큰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사람들이 마치 모두 어디선가 지각한 사람처럼 걷고 있었어요. 심지어 지하철에서 내려도 그냥 걷지 않고 거의 뛰더라고요.” 그녀는 처음에는 자신이 방해되는 것 같아 괜히 눈치를 봤다고 했다. 이처럼 외국인들은 한국에서 걷는 속도가 빠른 이유를 단순한 성격 탓으로 돌리기도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 안에 내재한 경쟁 중심 문화와 빠른 의사결정 구조를 이해하게 된다. 또 하나의 흥미로운 점은, 한국 사회에서는 ‘느림’이 때로는 게으름이나 의욕 부족으로 오해받는다는 사실이다. 길을 천천히 걷거나, 일 처리의 시간을 많이 들이는 사람은 부정적인 시선의 대상이 되기 쉽다. 이는 외국인의 기준에서는 다소 과도해 보일 수 있는 부분이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외국인들 역시 이 빠른 걸음에 자연스럽게 적응해 나간다. 처음에는 따라가기 바빴지만, 어느 순간 자신도 모르게 앞 사람을 추월하며 걷고 있다는 걸 깨닫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경험을 통해 한국인의 민첩함과 효율성을 이해하게 된다. 물론 모든 외국인이 이 속도에 익숙해지는 것은 아니다. 어떤 사람은 여전히 그 속도가 부담스럽다고 느끼기도 하고, 또 어떤 사람은 그 덕분에 자신도 더 부지런해졌다고 평가하기도 한다. 한국인의 빠른 걸음은 단순한 이동의 문제가 아니라, 시간에 대한 인식, 사회적 압력, 그리고 공동체 안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한 긴장의 산물이다. 결국 외국인이 이 ‘빠름의 문화’를 마주할 때 느끼는 충격은, 낯선 리듬에 몸과 마음이 적응하는 과정에서 겪는 문화적 성장통이기도 하다.
더불어 이 빠른 걸음 문화는 단지 출퇴근길뿐만 아니라, 한국 사회 전반의 생활 속에서도 영향을 미친다. 예컨대 음식 주문 시 ‘빨리 나오는 집’을 선호하고, 대기 시간이 긴 식당은 자연스럽게 꺼리게 된다. 인터넷 속도, 모바일 앱 반응 속도, 택배 배송일 모두 ‘빠름’을 기준으로 서비스 평가가 이루어진다. 이는 한국이 세계 최고 수준의 디지털 인프라를 갖춘 나라가 된 배경이기도 하다. 외국인 중에는 이런 시스템을 경험하고 감탄을 금치 못하는 경우도 많다. 한 독일인 블로거는 “한국에서는 핸드폰으로 주문하면 몇 분 안에 커피가 도착하고, 지하철은 한 치의 오차 없이 도착한다. 이 정도면 ‘빠름’이 단순한 속도 그 이상이다”라고 썼다.
특히 외국인 관광객이 많은 명동이나 강남, 홍대 거리에서도 이 빠른 걸음은 예외 없이 나타난다. 천천히 구경하며 걷는 관광객 옆으로, 빠른 속도로 스쳐 지나가는 한국인들의 모습은 뚜렷한 대비를 이룬다. 이를 지켜보는 외국인은 단순히 ‘걷는 속도’ 이상의 문화적 차이를 실감하게 된다. 단순한 거리 이동이 아니라, 한국 사회 전체가 빠르게 돌아가는 시스템이라는 점이 피부로 와닿는 것이다. 이 때문에 어떤 외국인은 “이 나라에선 내가 멈춰 있으면 방해가 되는 것 같아요”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한국인의 빠른 걸음은 일종의 암묵적 규범처럼 작동하며, 심지어 다른 사람을 의식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속도가 붙는 현상이기도 하다. 걷는 습관조차도 한국인의 사회적 에너지를 보여주는 하나의 문화적 상징이라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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